나는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는다
같은 회의에 앉아도, 같은 책을 펴도, BD는 남들과 다른 것을 본다. 남들이 무엇을 볼 때 BD는 그 아래 왜 를 보고, 남들이 결론을 받아 적을 때 BD는 그 결론이 선 자리부터 의심한다. 나는 그것을 관점과 시각이라고 부른다. BD가 조직에서 핵심 인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.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, 같은 것을 더 폭넓고 깊게 본다.
그런데 이 관점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. 갈고닦는 것이다.
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습관이 하나 있다. 책이든 아티클이든 영상이든, 누군가의 강의나 우연히 앉은 미팅이든 — 그것을 그냥 소비하지 않고 BD의 눈으로 다시 본다. "이 사람의 주장을 내 일에 어떻게 써먹지?", "이걸 BD 관점에서 비틀면 뭐가 남지?"를 매번 묻는다.
그 기록을 이제 BD Lens 라는 이름으로 남기려 한다.
BD Lens는 콘텐츠 추천도, 리뷰도 아니다. 같은 콘텐츠를 BD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기록이다.
오해를 먼저 끊고 가자. 나는 좋은 책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. 그 콘텐츠가 훌륭한가를 평하려는 것도 아니다. 내가 보는 건 단 하나 — 이것을 BD의 일에 어떻게 가져다 쓸 것인가다.
그래서 BD Lens가 다루는 범위는 넓다.
온라인에서 접하는 책·아티클·영상·문서,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마주하는 행사·강의·모임·미팅 — 어디서 왔든, BD의 시선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전부 렌즈의 대상이다.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. 거기서 BD가 쓸 판단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만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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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렌즈로 사이먼 시넥의 『Start With Why』를 든다.
이 책으로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. 제목부터 내 일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. 나는 늘 "모든 대화는 Why에서 시작한다"고 말해왔고, 시넥은 아예 책 한 권으로 그 Why의 힘을 설파한다.
시넥의 메시지는 강력하다.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왜 하는지에 반응한다는 것. 그래서 What이 아니라 Why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. 골든서클의 안쪽, Why를 먼저 세우라고.
여기까지는 누구나 받아 적는다. 그런데 BD의 렌즈를 끼우면, 나는 한 곳에서 멈춘다.

시넥이 말하는 Why는 조직이 스스로 믿는 신념에 가깝다. 창업자의 가슴 속에 있는, 흔들리지 않는 동기. 그런데 BD의 일을 해본 사람은 안다 — 조직이 "이것이 우리의 Why"라고 말하는 것이, 정작 진짜 Why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.
그것은 대개 표면의 Why 다. 듣기 좋게 정리된, 혹은 본인조차 진짜라고 착각하고 있는. BD가 할 일은 그 Why를 곧이곧대로 받아 적는 게 아니라, 그 아래 근원을 추적해 진짜 Why 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. (이 지점이 내가 BD를 "문제를 재정의하는 일"이라 부르는 이유와 정확히 같다. → CEO Note 정의글 링크)

그래서 나는 시넥의 명제에 한 줄을 덧붙인다.
Start With Why. 좋다. 그런데 BD는 먼저 묻는다 — 그 Why는, 다시 정의된 Why인가?
시넥은 Why에서 시작하라고 했고, BD는 그 Why가 표면인지 근원인지부터 다시 본다. 같은 단어(Why)를 쓰지만, BD의 렌즈는 거기서 한 겹을 더 벗긴다.

이것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BD 시선으로 다시 보는 것의 차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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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리하자면 — BD Lens는 남의 콘텐츠에서 내 판단을 길어 올리는 기록이다. 좋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자리가 아니라, 그 콘텐츠를 BD의 눈으로 다시 정의해 보는 자리다.
『Start With Why』는 첫 렌즈일 뿐이다. 시넥의 이 책 하나만으로도 BD가 비틀어 볼 지점은 더 남아 있어서, 다음에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볼 생각이다.
앞으로 이 자리에서, 나는 계속 다시 본다.